07
잡으려 했던 순간
2학기 중반쯤 동아리 체육대회가 열렸다.
평소 모임에서 보던 사람들과 운동장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날이었다.
여러 대학에서 모인 동아리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장 곳곳에서 어울리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를 응원하며 즐거워했다.
나도 오랜만에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뛰고 웃으며 체육대회를 즐겼다.
여러 종목 가운데 발야구 경기가 있었다.
선과 나는 서로 다른 팀이었다.
나는 공을 굴려주는 투수였고, 선은 타자로 나왔다.
나는 선을 향해 공을 굴렸다.
선은 힘껏 발을 내질렀다.
“퍽!”
공이 발에 맞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공은 몇 번 바닥을 튀더니 내 앞에 떨어졌다.
나는 재빨리 공을 집어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선은 이미 1루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있는 힘껏 뛰고 있었지만 원래 달리기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달릴 때마다 긴 머리가 어깨 뒤로 날렸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남았다.
나는 잠시 선과 1루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1루수에게 공을 던지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공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선을 향해 달려갔다.
왜 그랬는지는 그때 나도 잘 몰랐다.
그저 내가 직접 선을 잡고 싶었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선의 뒤까지 따라붙었다.
나는 선의 앞으로 돌아가 진로를 막았다.
선은 1루를 향해 계속 달려왔다.
그 순간 선의 몸이 나에게 부딪혔다.
있는 힘껏 달려오던 탄력 때문이었다.
선은 그대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졌다.
순간 경기가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선에게 달려왔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사람들이 선의 상태를 살폈다.
누군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그렇게 심하게 잡아?”
“그러다 다치면 어떡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선을 세게 밀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곧바로 선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선은 몸을 일으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그런데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선의 눈에는 말과 달리 서운함인지 원망인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히 선을 직접 잡겠다고 쫓아간 것이 후회됐다.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나는 경기에 마음을 집중할 수 없었다.
선이 괜찮은지 자꾸 눈에 들어왔다.
혹시 아직도 나를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신경이 쓰였다.
체육대회가 끝날 때까지 나는 계속 선의 눈치를 살폈다.
그날 내가 걱정했던 것은 선이 다친 것만이 아니었다.
혹시 이 일 때문에 선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 생각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공을 1루수에게 던지면 될 일을 굳이 내가 직접 선을 잡으러 달려갔다.
그리고 그 일로 선과의 사이가 멀어질까 봐 걱정했다.
그때는 몰랐다.
왜 선의 마음이 그렇게 신경 쓰였는지.
왜 선과 멀어지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는지.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이미 선을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26.10.05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