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그날, 두 그릇을 먹었다
체육대회가 끝난 뒤에도 그날 일이 계속 떠올랐다.
선과 마주칠 때마다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선이 넘어졌던 모습과 그때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생각났다.
며칠 뒤 동아리 모임에서 선이 말했다.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서 집들이 할 건데, 다들 올래?”
동아리 사람들이 하나둘 대답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끼게 되었다.
선과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집들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동안의 어색함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며칠 뒤, 선의 집에 사람들이 모였다.
선은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생활력이 강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혼자 생활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기 생활을 꾸려가는 데 익숙했고, 음식도 제법 잘했다.
선의 집에 들어서니 방이 생각보다 작았다.
여러 사람이 함께 들어서자 더 좁아 보였다. 앉을 자리를 만들려고 사람들이 조금씩 몸을 옮겨야 했고, 누군가 일어나면 옆 사람도 같이 움직여야 했다.
선은 그런 좁은 방 안에서도 계속 움직였다.
음식을 하나씩 가져다 놓고, 사람들이 앉은 자리를 살폈다.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반찬은 앞으로 밀어주었고, 빈 그릇이 보이면 조용히 치웠다.
나도 사람들 틈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옆 사람과 어깨가 닿았다. 선이 내 옆을 지나갈 때면 몸이 스치기도 했다. 밥을 먹다가 수저를 정리하려고 손을 뻗으면 선의 손과 닿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체육대회 때 일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선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인지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런 생각도 조금씩 잊혔다.
나는 집을 떠나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학교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새롭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을 떠나 혼자 지낸다는 것이 조금씩 실감났다.
하루를 마치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가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밥을 먹으려면 기숙사 식당이나 학생 식당으로 가야 했고,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다시 혼자였다.
집에서 먹던 밥이 생각날 때도 있었다.
그런 내게 선의 집은 조금 달랐다.
좁은 방 안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선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우리 앞에 내놓고 있었다.
선이 해준 음식이 유난히 맛있었다.
나는 음식에 정신이 팔렸다.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나니 더 먹고 싶었다.
나는 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밥 좀 더 줄래. 너무 맛있어서…….”
선은 내 밥그릇을 받아 들고 밥을 더 퍼서 내 앞에 놓아주었다.
“더 먹어도 돼.”
나는 그 밥까지 먹었다. 어느새 두 공기째였다.
선은 내가 밥을 먹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그릇도 살폈다. 그러다 다시 내 쪽을 보았다.
한참 먹고 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살짝 웃었다.
나는 그 웃음에 괜히 쑥스러워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날만큼은 선과 마주 앉아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 선이 보여준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집으로 불러 밥을 차리고,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피고, 더 먹겠다는 사람에게 밥을 한 공기 더 퍼주는 일.
하지만 혼자 기숙사 생활을 하던 스무 살의 나에게는 그런 평범한 행동이 오래 남았다.
그날 선이 해준 음식 중에서도 어묵볶음의 맛은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음식이 맛있어서였을까.
아니면 그날 선이 아무렇지 않게 건네주던 밥 한 공기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어묵볶음과 함께 선의 엷은 미소가 생각난다.
2026.10.05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