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그 아이의 이름은 선이었다
2학기가 시작되고 동아리 첫 모임이 열렸다.
그때 나는 지역 동아리의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여러 대학에서 모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원형으로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모임 장소에 들어가 그 자리에 앉으려 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긴 생머리에 큰 눈을 가진 아이였다.
까만 눈동자가 반짝였고, 웃을 때면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나는 잠시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아이였다.
이름도 몰랐고,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갔다.
그 아이는 다른 학교에서 새로 들어온 동아리 회원이었다.
나는 부회장이었고, 새로 들어온 회원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내 소개를 하고 그 아이에게도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선.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름이 귀에 남았다.
나만 선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 친구들도 선에게 호감을 보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선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고, 괜히 다가갔다가 어색해질까 망설여졌다.
그런데 한 친구는 달랐다.
그 친구는 선의 바로 앞자리에 앉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어설픈 농담을 던졌다.
선은 그 농담에 웃어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선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었고, 선을 웃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저 친구와 선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선이 웃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부러웠고, 질투가 났다.
그때의 나는 그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다.
선은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선이 이사를 해야 한다며 동아리 사람들에게 도움을 부탁했다.
선의 이사를 도와주겠다는 남자 회원들이 하나둘 나섰다.
나도 함께하겠다고 했다.
나는 동아리 부회장이었다.
회원이 어려운 일을 겪고 있는데 모른 척할 수는 없다는 것이 내가 내세울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 역시 선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었다.
이삿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선의 집으로 갔다.
혼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짐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1톤 트럭 하나를 다 채우지도 못할 정도였다.
선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여러 명이 함께 짐을 옮기니 이사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선은 이삿날에는 짜장면을 먹는 거라며 우리에게 짜장면을 사주었다.
지금이야 흔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그때는 달랐다.
짜장면은 아무 때나 먹는 음식이라기보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먹는 음식이었다.
우리는 이삿짐을 옮겨주러 갔지만, 사실 내가 한 일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선은 우리에게 짜장면을 사주었다.
나는 그게 고마웠다.
선의 그런 마음 씀씀이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2026.10.05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