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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마음
집을 다녀온 뒤, 선의 표정이 전과 달라졌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듯했다.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선은 가끔 말수가 줄어들었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그런 선이 마음에 걸렸다.
“선아, 무슨 일 있어? 요즘 무슨 걱정이 있는 것 같은데.”
선은 잠시 망설이다가 집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어머니가 생활비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게는 그 요구가 무리하게 느껴졌다. 선은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독립하여 혼자 생활하며 학교에 다녔고, 돈을 벌어 집안 살림에 보태고 있었다.
그런 선에게 어머니는 또다시 생활비를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선이 이미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애써 온 선이 이제는 자신의 삶을 먼저 돌보았으면 했다.
“선아, 너는 이제 네 삶을 살아야 해. 그동안 충분히 고생했잖아. 언제까지 가족을 위해 네가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거야?”
선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네 어머니가 홀로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그 책임을 큰딸에게 떠맡기는 것은 옳지 않아. 너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고생하며 도와드렸잖아. 이제 네 삶을 살아야 돼.”
내 말이 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나는 선이 더는 가족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족을 책임지려는 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선에게는 나와 다른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동생들이 있잖아.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해.”
“그렇다고 네가 계속 희생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나도 엄마가 그러는 게 이해가 안 돼. 그렇지만 동생들을 두고 나만 편하게 살 수는 없잖아.”
나는 답답했다. 선이 처한 상황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선이 가족의 책임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부모라면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거잖아. 왜 자식이 부모의 책임까지 져야 해?”
선은 내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선이 내 말에 조금이라도 공감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선의 표정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네가 이렇게 한다고 네 어머니와 동생들이 알아줄 것 같아?”
말을 마치고 나니 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선을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 선이 더는 힘들지 않기를 바랐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가족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선에게도 옳게 들릴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선은 내 생각과 달랐다.
선에게 가족은 단순히 책임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동생들을 두고 자신만 편하게 살아갈 수는 없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선은 내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듯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선을 걱정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선의 마음을 들으려 하기보다는 내 생각을 이해시키려 애쓰고 있었다.
2026.10.12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