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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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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을래?

같이 걸을래?의 삽화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수원역에 도착했다. 선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선이 타려던 버스가 눈앞에서 출발해 버렸다.

선은 떠나가는 버스를 바라보았다. 이제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그때는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없었다. 정류장에서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버스 간격도 길어서 다음 버스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전철을 타기 위해 수원역 쪽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 걷다가 문득 혼자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선이 생각났다.

그대로 가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선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선 앞에 멈춰 서자 숨이 조금 찼다. 나는 숨을 고른 뒤 선에게 물었다.

“그냥 걸어갈래? 내가 같이 가줄게.”

선은 잠시 생각하는 듯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그래. 그것도 괜찮겠네.”

우리는 함께 걷기 시작했다.

수원역을 지나 선의 집 쪽으로 걷자 곧게 뻗은 길이 이어졌다.

길 양쪽에는 가로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초겨울이라 나뭇잎은 대부분 떨어지고, 가지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전봇대와 가로등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었다.

차는 드문드문 지나갔고, 길을 걷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한산한 도로 위로 우리 두 사람의 걸음이 이어졌다.

우리는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쯤 걸었을까. 선이 내게 물었다.

“너 요즘 무슨 일이 있니? 얼굴색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데.”

“아니, 뭐 그런 거 없어.”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선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네가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몰라서 좀 그랬어.”

나는 선에게 미안했다. 내 마음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선을 피했고, 그 이유조차 말해 주지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말이야. 그 말들이 신경이 쓰여.”

동아리 회원들이 우리 둘을 두고 했던 말들. 그 말을 들은 뒤로 선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자꾸 거리를 두었다.

선은 내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다들 장난인데 신경 쓰지 마.”

선에게는 그저 장난스러운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선을 대하는 일이 전처럼 편하지 않았다.

나는 내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선을 피했다. 정작 선이 그 일로 서운해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잠시 걷던 나는 선에게 말했다.

“우리 언제 한번 다시 서점에 가보지 않을래?”

선은 선뜻 대답했다.

“그래. 좋지.”

우리는 다시 나란히 걸었다.

선의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길가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우리는 걸음을 멈췄다.

“이제 그만 가 봐. 추운데 여기까지 같이 와줘서 고마워. 여기서부터는 나 혼자 갈 수 있어.”

선이 말했다.

하지만 선은 곧바로 돌아서지 않았다. 내가 타고 수원역으로 돌아갈 버스가 올 때까지 함께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다.

“그럼 나 갈게. 조심해서 가.”

나는 선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랐다. 창가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선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나란히 걷던 선이 이제는 길 건너편을 향해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이 하나둘 길을 건넜다. 선도 그들 사이에 섞여 천천히 걸었다. 나는 창가에 앉아 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버스가 출발했다. 선의 모습이 조금씩 멀어졌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 함께 걸었던 길이었다. 우리는 그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시 서점에 가자는 약속도 했다.

버스는 수원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2026.10.11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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