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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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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마음에 걸렸다

28화 대표
28화 대표

동아리 회원들의 말이 자꾸 생각났다.

“요즘 너희 둘이 붙어 다니더니 친해졌나 봐?”

“너희 둘이 사귀는 거 아냐?”

그때는 웃고 넘겼다.

그런데 기숙사 방으로 돌아오니 그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정말 우리가 그렇게 보였을까.

나는 선과 함께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같이 버스를 타고 다녔고, 시장에도 같이 갔다.

선의 집에서 함께 밥을 해 먹기도 했다.

선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선의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선과 함께한 시간이 꽤 많았다.

그동안 나는 그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선과 함께 있으면 편했다.

그런데 우리 사이에 대해서 듣고 나니 달라졌다.

그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하나씩 마음에 걸렸다.

내가 왜 선을 만나기 위해 한 번 더 버스를 탔는지,

왜 선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는지,

왜 선의 이야기를 오래 듣고 싶었는지.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하나씩 떠올려 보니 나도 조금 이상했다.

나는 아직 그것이 무슨 감정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선을 조금 피하고 싶었다.

선이 싫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선을 만나면 전과 다르게 보일 것 같았다.

동아리 회원들이 했던 말이 떠오를 것 같았고,

내가 선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도 신경 쓰일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는 선을 대하는 일이 조금 어려워졌다.

나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힘들게 했던 모습을 보며 자랐다.

어릴 때는 그저 아버지가 싫었다.

집에 있으면서도 가족보다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대학에 들어와 집을 떠나면서도 그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선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버지처럼 여자를 혼자 남겨두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에도 책임이 생기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직 그런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 생각이 들고 나니 선에게 다가가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그렇다고 특별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선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동아리에서 만나면 평소처럼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버스를 타기도 했다.

달라진 것은 내 쪽이었다.

전에는 자연스럽게 했던 행동 하나에도 잠시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때면 한 발 물러섰다.

기숙사 방에 돌아와 혼자 있으면 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동아리 회원들의 말이 떠올랐고,

그 말 때문에 선과 함께했던 일들이 다시 생각났다.

그러다 보면 처음으로 돌아왔다.

정말 우리가 그렇게 보였을까.

나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 역시 내 마음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무 일도 하지 않기로 했다.

굳이 확인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지내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나는 아직 그것이 무슨 감정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선을 피하려 했던 이유가 선 때문은 아니라는 것만은 알 것 같았다.

선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나였다.

2026.10.08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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