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우리 사이
나는 당시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아침잠이 많은 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아 식사 시간을 놓치는 날도 많았다.
수업이나 과제에 매달리다 보면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동아리 모임이 끝날 무렵이면 배가 고파 있었다.
동아리 모임이 끝나고 간식이 남으면 자연스럽게 내 몫이 되었다.
나는 남은 간식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남은 거 다 내가 가져간다. 아무도 안 먹지?”
회원들이 웃었다.
나는 남은 과자를 하나씩 챙겼다.
배가 고프면 간식이라도 먹어야 했다.
그런 나를 선도 알고 있었다.
모임이 끝날 때쯤이면 선이 남은 간식을 챙겨 내게 건네주는 일이 있었다.
“이거 먹어.”
“이것도?”
“응.”
나는 별생각 없이 받아 들었다.
“고마워.”
선이 간식을 챙겨주는 것은 특별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원래 잘 챙겨 먹지 못했고, 선은 내가 자주 배고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선이 남은 간식을 내게 건넸다.
그 모습을 본 회원 한 명이 웃으며 말했다.
“요즘 너희 둘이 붙어 다니더니 친해졌나 봐?”
나는 순간 멈칫했다.
선도 잠시 가만히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다.
“그냥…… 친하지.”
그러자 다른 회원이 말을 받았다.
“그냥 친한 게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무슨 말인가 싶어 그 사람을 바라봤다.
“뭐가?”
회원들이 웃었다.
“너희 둘이 사귀는 거 아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선을 바라봤다.
선도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때까지 나와 선은 서로를 깊이 의식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함께 있으면 편했고, 만나면 이야기를 나눴다.
같이 버스를 타기도 했고, 시장에 가기도 했고, 선의 집에서 함께 밥을 해 먹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이 우리에게는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입에서 ‘사귄다’는 말이 나오자, 갑자기 우리가 함께했던 일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선과 함께 걸었던 길.
같이 탔던 버스.
선의 손을 잡았던 순간.
그리고 선을 만나기 위해 평소보다 버스를 한 번 더 탔던 일.
나는 그제야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선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까.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날 이후부터는 선과 함께 있을 때면 가끔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그냥 함께 걸었던 길이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같이 탔던 버스였다.
그런데 누군가 우리 사이를 말로 꺼내놓고 나니, 평범했던 일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2026.10.08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