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한 번 더 버스를 타다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면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학교를 나섰다.
선과 나는 보통 수원역에서 만났다.
나는 학교 근처 역에서 전철을 타고 수원역으로 왔고, 선은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수원역으로 왔다.
수원역에서 만나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동아리 모임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나는 수원역에서 바로 버스를 갈아타지 않았다.
선이 집 근처에서 타는 버스를 다시 탔다.
선이 버스를 타고 오는 정류장까지 가서 기다렸다.
평소보다 버스를 한 번 더 타야 했고 시간도 더 걸렸다.
번거로운 일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했다.
선의 집 앞까지 찾아가지는 않았다.
그건 선에게 부담을 줄 것 같았다.
그래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그날도 멀리서 선이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선이 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 순간 주변의 다른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 사이로 걸어오는 선만 보였다.
선이 내 앞에 도착했다.
“안녕.”
“안녕.”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나는 곧바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학교에서 말이야. 교수님이……”
별것 아닌 이야기였다.
그래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선은 내가 하는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도 잘 들어주었다.
나도 모르게 이야기가 길어졌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선에게는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는 함께 버스를 탔다.
주말이라 버스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리는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 버스가 갑자기 출발했다.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과 함께 선의 몸이 뒤쪽으로 휘청했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손을 뻗었다.
한 손으로 선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팔을 붙잡았다.
선의 몸이 멈췄다.
나도 그제야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런데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그때서야 느껴졌다.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 이상할 만큼 또렷했다.
방금 전까지는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제는 잡고 있는 손이 의식됐다.
마음이 두근거렸다.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버스 안에서 라디오 음악이 흘러나왔다.
변진섭의 「숙녀에게」였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옆에는 선이 있었다.
그 노래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날 선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며 들었던 노래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 노래까지 그날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버스가 목적지 정류장에 도착했다.
우리는 차례로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동아리 모임이 있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동아리 모임이 있는 곳 근처 골목에 다다랐을 때였다.
멀리서 동아리 형 한 명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선은 나보다 몇 발짝 앞서 걸어갔다.
나는 그 거리를 그대로 두고 뒤따라갔다.
선은 그 동아리 형과 인사를 나눴다.
그 형이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야, 넌 형을 보고 인사도 안 하냐?”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형과 선 사이를 비집고 모임 장소로 뛰어 들어갔다.
2026.10.08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