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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27

우리만의 저녁

25화 대표
25화 대표

장을 다 보고 시장을 나서려는데, 선이 말했다.

“이왕 장 본 김에 우리 집에 가서 밥 해 먹자.”

장을 보느라 배가 고팠던 나는 선뜻 대답했다.

“그래.”

우리는 시장에서 산 것들을 들고 선의 집으로 향했다.

집들이 때에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선의 자취방 부엌 한쪽에는 연탄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이 집은 연탄을 때는 집이었다.

요리를 하려면 연탄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야 했다. 가스레인지처럼 불의 세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었다. 아궁이의 공기구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불의 세기를 맞춰야 했다.

내가 해 본 요리라고는 라면이 전부였다.

그래도 라면 하나는 자신이 있었다.

선은 자취를 하면서도 라면을 끓여 먹지는 않았다. 집에서 가져온 반찬에 직접 한두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런 나에게 선이 어묵볶음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집들이 때 내가 맛있게 먹었던 바로 그 어묵볶음이었다.

먼저 넙적한 어묵을 먹기 좋게 썰었다. 양파도 채 썰어 준비했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어묵과 양파를 함께 볶았다.

간장을 넣을 차례가 되었다.

“간장은 얼마큼 넣으면 돼?”

선이 대답했다.

“적당히.”

적당히?

나는 간장병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몇 ml 넣어야 돼?”

선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나는 정말 궁금했다.

적당하다는 게 얼마큼인지 알 수 없었으니까.

간장을 넣고 설탕으로 단맛을 냈다. 마지막에는 참기름을 두르고 깨소금을 솔솔 뿌렸다.

어묵볶음이 완성됐다.

그래도 선이 나를 초대했는데 그냥 얻어먹을 수만은 없었다.

나는 근처 가게를 찾아갔다.

냉동고를 뒤져보니 냉동 양념갈비가 있었다.

‘이왕 먹는 거 고기를 먹어야지.’

나는 양념갈비 하나를 사 들고 선의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고기 파티해보자.”

선은 뭐 이런 것을 샀냐는 듯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떠 있었다.

연탄불에 고기를 올렸다.

그런데 얼어 있던 고기는 좀처럼 녹지 않았다.

연탄불의 공기구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불의 세기를 조절했다. 겨우 불을 맞추고 고기를 익혀갔다.

그렇게 어묵볶음과 양념갈비가 하나씩 식탁에 올라왔다.

나는 접시에 담은 어묵볶음을 선에게 내밀었다.

“짜잔! 내가 공주님을 위해 만든 스페셜 요리, 어묵볶음 대령이요!”

선은 웃었다.

우리는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어묵볶음을 먹다가 선에게 물었다.

“어묵볶음 맛이 어때?”

선이 대답했다.

“조금 짠 것 같은데…….”

“그래? 어디.”

나는 다시 어묵볶음을 맛봤다.

“괜찮은데.”

선이 웃었다.

“아냐, 맛있어.”

우리는 잠시 멈췄던 식사를 다시 시작했다.

어묵볶음과 양념갈비를 앞에 두고 우리는 그렇게 저녁을 먹었다.

그날 내가 만든 어묵볶음의 맛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나는 그 맛을 잊고 싶었나 보다.

2026.10.08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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