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왜 자꾸 신경이 쓰일까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낮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나도 네가 좋아.”
몇 번이고 그 말이 생각났다.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지만, 밤새 깊이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늦게 일어났다.
기숙사 식당의 아침 식사시간도 이미 지나 있었다.
아침을 거른 채 수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책상에 앉아 한동안 창밖만 바라보았다.
가을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뒷뜰의 은행나무는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이었다.
그날은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책을 펼쳐 놓고도 읽지 않았다.
교수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슨 내용인지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어제 들었던 선의 말만 남아 있었다.
“나도 네가 좋아.”
그날 이후 나는 선을 대하는 것이 전과 같지 않았다.
동아리 모임에는 계속 나갔다.
선도 여전히 모임에 나왔다.
그런데 선과 마주치면 괜히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선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쪽을 바라보았다.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 내가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동아리 친구 한 명이 내게 물었다.
“너 요즘 선하고 같이 안 다니네?”
나는 순간 그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내가 언제 선하고 붙어 다녔다고 그래?”
친구는 별뜻 없이 물었던 것 같았다.
“아니, 전에는 둘이 자주 같이 있던 것 같아서.”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거슬렸다.
“뭘 안다고 그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친구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선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요즘 왜 그래?”
나는 선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뭐가?”
“그냥…… 좀 이상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선은 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 별말 없이 다른 자리로 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뒤로도 나는 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선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남학생과 무슨 사이인지 물을 수도 없었다.
그저 예전처럼 대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선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갔다.
그러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내 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선을 생각하는 시간이 전보다 많아졌고, 선을 마주치면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지 못했다.
2026.10.07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