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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새로운 모습
하루는 동아리 동기끼리 모여 배드민턴을 치기로 했다.
선의 자취집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 그 학교 운동장에서 하기로 했다.
야외에서 치는 경기라 날씨가 걱정됐다. 특히 배드민턴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았으면 했다.
다행히 그날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미풍이 불기는 했지만 배드민턴을 치는 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시합을 하기로 했다.
나는 나름대로 배드민턴에는 자신이 있었다.
처음에는 모두 웃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합이 거듭될수록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장난처럼 시작했던 경기에 경쟁심이 붙으면서 점점 승부가 치열해졌다.
나도 지고 싶지 않았다.
팽팽한 승부 끝에 나는 남자부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여자부에서는 선이 손쉽게 우승했다.
나는 선의 모습을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말 발야구 때 그 선이 맞는 걸까?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셔틀콕을 정확하게 맞혔고, 라켓에 맞은 셔틀콕은 빠르고 힘 있게 상대 코트로 날아갔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그럼 번외 경기로 남자부 우승자하고 여자부 우승자가 한번 붙어보는 건 어때?”
사람들이 재미있겠다며 동의했다.
그렇게 나와 선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선이 여자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힘을 아끼며 살살 쳤다.
하지만 몇 번 공을 주고받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선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내가 밀리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봐주지 않을 거야!”
내가 큰소리로 말했다.
선이 라켓을 고쳐 잡으며 웃었다.
“들어와 보라고!”
선이 응답했다.
그때부터는 정말 승부였다.
셔틀콕이 우리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나도 있는 힘껏 받아쳤고, 선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나와 선은 최선을 다해 배드민턴을 쳤다.
그러다 선이 힘껏 라켓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툭.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셔틀콕이 바닥에 떨어졌다.
선의 배드민턴 라켓 줄이 끊어진 것이었다.
나는 라켓 줄이 끊어진 것을 처음 보았다.
선도 끊어진 라켓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말했다.
“이거 라켓 줄이 너무 약하네.”
그 말을 듣고 나도 선을 바라보았다.
선도 나를 바라보았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렇게 웃었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모르겠다.
라켓 줄이 끊어진 것이 어이없어서였는지,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당황해서였는지 알 수 없다.
그저 그 순간에는 웃음이 났다.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누가 이겼는지는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선과 마주 서서 셔틀콕을 주고받던 시간과, 마지막에 끊어진 라켓을 바라보다 함께 웃었던 순간이다.
그날 나는 선에게서 또 하나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선과 나는 조금 더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
2026.10.07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