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선이 나를 말렸다
그날도 동아리 모임은 늦게 끝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모임 장소를 나설 때쯤에는 버스도 끊길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택시 타고 가자.”
누군가가 말했다.
우리는 길가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택시 한 대가 멈춰 서자 몇 명이 서둘러 올라탔다. 좁은 차 안에 몸을 바짝 붙여 앉았다.
차가 출발하자 조금 전까지 나누던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다. 누군가는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봤다.
늦은 밤의 거리를 달리는 택시 안으로 가로등 불빛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얼마쯤 달렸을까.
일행이 내릴 곳에 도착했다.
한 곳에서 일행이 모두 내리고 나자 택시 안에는 나와 선, 둘만 남았다.
나는 선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혼자 갈 수 있겠어?”
“응, 괜찮아.”
선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나는 선을 데려다주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직 그런 말을 선뜻 꺼낼 수 없었다.
우리는 그대로 전철역까지 갔다.
역에 도착하자 택시기사가 전체 요금을 요구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일행이 같이 탔잖아요. 중간에 내려준 것뿐인데 왜 전체 요금을 내야 해요?”
택시기사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때 선이 내 팔을 붙잡았다.
“그냥 내자.”
“왜?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선은 내 팔을 붙잡은 채 말했다.
“네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야.”
그리고 잠시 나를 바라보며 덧붙였다.
“그냥 내자.”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택시비를 냈다.
택시가 떠난 뒤에도 나는 쉽게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왜 말렸어?”
선이 나를 바라봤다.
“미안해.”
잠시 뒤 선이 말했다.
“네가 싸움에 말려서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그랬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선이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 말에 화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우리는 전철역 앞에서 헤어졌다.
“잘 가.”
선이 돌아서서 걸어갔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선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선이 점점 멀어졌다.
나는 선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2026.10.07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