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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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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주한 날

다시 마주한 날의 삽화

12월이 되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학교는 방학에 들어갔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동아리에서는 송년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준비를 위해 회원들은 모임 장소에 모였다.

감기가 어느 정도 나은 나는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에 나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선을 다시 만났다.

“감기는 좀 나았어?”

선은 안부를 물으며 자연스레 내 이마에 손을 댔다.

“이제는 괜찮네.”

선이 말했다.

이번에는 선의 손길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따뜻하다.

다른 회원들도 함께 있는 자리였다. 선이 아무렇지 않게 내 이마에 손을 대자,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선에게 죽을 가져다주었던 보온병을 돌려주었다.

우리는 송년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몇몇 회원들은 안내 배너를 붙였고, 다른 회원들은 테이블에 과자와 음료를 놓거나 의자를 정리했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움직임으로 모임 장소가 차츰 활기를 띠었다.

나와 선도 함께 움직이며 자연스럽게 말을 주고받았다. 무언가를 건네거나 자리를 정리하다 보면 몸이 닿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예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하지만 어딘가 조금 달랐다.

우리는 예전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웃었지만, 때때로 서로의 반응을 살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하고 싶으면서도,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동아리 송년회가 열렸다.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1990년 사업보고가 진행되었다. 한 해 동안의 활동을 돌아본 뒤에는 관련 사진들을 담은 슬라이드를 함께 보았다.

화면이 넘어가던 중 가을 체육회 단체사진이 나타났다.

나는 화면 속에서 선을 찾았다. 선은 내 뒤에 있었다.

선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멋쩍게 웃었다. 옆에 있던 친구가 그날의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을 찡그렸다.

발야구를 하다가 넘어져 다쳤던 탓인지, 사진 속 선의 표정은 조금 힘들어 보였다. 나는 그런 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의 미안함이 다시 떠올랐다.

동아리 회원들은 나와 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옆 사람과 무언가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이내 우리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선은 담담히 계속 슬라이드를 보았다. 나는 두 손을 벌리며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왁자지껄했던 송년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평소처럼 버스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자, 선이 내게 말했다.

“우리 같이 걸을까?”

우리는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무언가 쏟아질 듯했다. 낮게 깔린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아직 낮인데도 사방은 밤처럼 어두웠다.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2026.10.13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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