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네가 찾아온 날
다음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온몸에 열이 올랐지만 오한이 들어 이불을 꽁꽁 싸맸다.
룸메이트는 기말고사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가 있었다. 나를 챙겨 줄 사람은 없었다.
아침 내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몸을 일으켜 물 한 잔을 마시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온 뒤 객지에서 혼자 지냈지만, 외롭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학교와 동아리에는 함께 어울릴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아픈 몸으로 혼자 누워 있으니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 밀려들었다.
마침 그날은 중요한 동아리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점심때쯤 몸을 추슬러 일어났다. 겉옷을 몇 겹 껴입고 1층으로 내려가 공중전화를 찾았다.
동아리 모임 장소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말을 꺼내기도 전에 기침이 나왔다.
“어, 너 목소리가 왜 그래? 어디 아파?”
수화기 너머로 동기의 걱정이 들려왔다.
“아니, 감기에 걸려서. 오늘 못 나가. 미안.”
“많이 아파?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
“그래. 고마워.”
나는 전화를 끊고 기숙사 방으로 돌아와 다시 몸을 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인터폰이 울렸다.
‘누구지? 이 시간에…….’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벽 쪽으로 가 인터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상대방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여보세요.”
다시 한 번 불렀다.
“응. 나야, 선.”
선이라고? 내가 아파서 헛것을 듣는 건가?
“선이라고?”
“맞아. 나야.”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선이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어, 잠깐, 기다려. 금방 내려갈게.”
순간, 내가 아프다는 사실도 잊었다.
점심때 아무렇게나 벗어 둔 옷을 다시 챙겨 입고 1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1층 현관에는 정말 선이 서 있었다.
“감기 걸렸다고 들었어.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선이 물었다.
“응. 괜찮아.”
그 순간, 선의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
뜻밖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선을 바라봤다.
“이거 봐. 열이 너무 심하네.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아냐. 많이 좋아졌어.”
“이거 약이랑 죽이야. 들어가서 먹어.”
“알았어. 고마워. 우리 잠깐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할까?”
우리는 기숙사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난 뒤라 식당은 비어 있었다. 우리는 식당 한쪽에 앉았다.
선이 가져온 것은 계란을 풀어 넣은 하얀 쌀죽이었다. 약국에서 받아 온 감기약과 쌍화탕 한 병도 함께 가져왔다.
나는 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네가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왔어?”
“아까 동아리 모임 장소로 전화했잖아. 네가 감기에 걸려서 못 온다고 했대.”
“아, 그랬구나.”
“목소리도 많이 안 좋았다면서. 걱정돼서 와 봤어.”
선은 자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아냐.”
나는 죽을 먹다가 말을 꺼냈다.
“그날 내가 미안했어. 네 마음도 모르고…….”
말끝에 또 기침이 나왔다.
선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오늘은 그 이야기 하지 말자. 몸이나 빨리 추슬러. 나도 혼자 살아서 알아. 혼자 있으면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게 없어.”
나는 말없이 다시 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죽을 삼키자 한기와 허기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죽이 맛있네.”
선이 웃었다.
선의 웃음을 오랜만에 보았다.
벌써 감기가 나은 것 같았다.
2026.10.13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