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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내리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선의 집을 찾아갔다.
전날 다툰 일이 마음에 걸렸다. 선이 걱정되기도 했다.
선의 방문은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려 보았다. 이름을 불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갔나 보다. 나는 별다른 걱정 없이 학교로 돌아갔다.
전공시험이 끝나자마자 선의 집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집에 있겠지 싶었다. 하지만 문은 여전히 잠겨 있었다. 문을 두드려 보아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두 번째로 찾아왔는데도 선을 만나지 못하자 마음이 조금씩 쓰이기 시작했다.
어디에 있는 걸까. 별일은 없는 걸까.
다음 날 아침, 나는 이른 시간부터 선의 집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날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당한 건 아닐까. 걱정이 점점 커졌다.
이렇게 주말이 되었다.
나는 동아리 모임에 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이 와 있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선은 거기에도 없었다.
나는 선의 가장 친한 친구를 찾았다.
예전에 강당에서 선을 찾다가 마주쳤던 아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이 오늘 안 나왔어?”
“응, 안 나왔어. 근데 네가 왜 선에 대해 물어? 네가 제일 잘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내가 뭘…….”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선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전날에도 나는 선을 걱정한다는 이유로 내 생각을 앞세웠다. 선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에게 이해시키려 했다.
내가 선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나는 여전히 선의 속마음을 모르는데 말이다.
선에 대한 걱정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디를 간다면 내게 귀띔이라도 해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정말 선이 그래야 할까?
내가 선에게 그런 것을 바랄 수 있는 사이였던가.
우리가 어떤 사이라고?
나는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역 앞에서 버스를 내리면 전철을 타기 위해 역 쪽으로 가야 했다.
눈앞의 풍경은 평소와 조금 달랐지만, 어딘가 모르게 낯익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선의 집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 버스를 놓쳐 선과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걸었던 길이었다.
제법 바람이 찼다.
나는 외투 옷깃을 세우고 투벅투벅 걸었다.
어느덧 선이 평소 버스를 타고 내리던 정류장에 다다랐다.
그때도 우리는 함께 이곳까지 걸어왔었다.
정류장에 거의 다다랐을 때, 옆으로 버스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다.
선이 타고 다니는 버스였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버스를 향해 달렸다.
정류장 몇 미터 앞에서 버스가 멈춰 섰다.
사람들이 하나둘 내렸다.
선이 내릴까?
나는 버스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선은 내리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2026.10.12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