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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25

선의 손

24화 대표
24화 대표

동아리 모임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끝난 날이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정리하고 있을 때, 선이 내게 말했다.

“시장 같이 보러 갈래?”

장 볼 것이 많아서 물건을 들어달라는 부탁이었다.

나는 선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나에게 시장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이었다.

고향 집이 시장 근처에 있어서 집에 가려면 시장을 지나야 했다. 그래서 시장의 모습은 익숙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장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시장에 들어서자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좁은 길 사이로 사람들이 오갔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선은 익숙한 듯 가게들을 찾아다녔다.

가게 앞에 멈춰 물건을 살펴보고, 가격을 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고, 괜찮다 싶은 것은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다.

나는 그저 선을 따라다녔다.

선이 물건을 하나 고르면 내게 건넸다.

“이거 들어줘.”

“응.”

나는 받은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선은 또 다른 가게로 걸음을 옮겼다.

가게 앞에 멈춰 물건을 고르다가 이번에는 그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거 괜찮아?”

나는 물건을 보는 눈이 없었다.

무엇이 좋은 물건인지, 가격이 적당한지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대충 살펴보고 대답했다.

“그래, 좋네.”

선은 별다른 말 없이 다시 물건을 살펴보았다.

“이건 어때?”

“그것도 좋네.”

나는 사실 무엇이 좋은지 잘 몰랐다.

그저 선이 고른 것이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선은 물건을 고르고, 나는 그것을 받아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렇게 선이 고른 물건들이 하나둘 장바구니에 쌓였다.

선은 필요한 물건을 찾아 이 가게 저 가게로 옮겨 다녔다.

가격을 흥정할 때도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그런 선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따라갔다.

사람들이 많아 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바짝 따라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앞서가던 선의 모습이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잠깐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선을 찾았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손 하나가 불쑥 나왔다.

내 손을 잡았다.

선이었다.

“뭐해, 빨리 따라오지 않고?”

선은 내 손을 잡은 채 다시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갑자기 잡힌 손에 순간 몸이 굳었다.

손끝으로 선의 체온이 느껴졌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한가운데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다른 소리가 조금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선에게는 그저 사람 많은 시장에서 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잡힌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선을 따라 걸었다.

장을 다 보고 시장 어귀로 나왔을 때였다.

선이 도나스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찹쌀 도나스를 사서 내게 건넸다.

“수고했어.”

“고마워.”

흔히 볼 수 있는 찹쌀 도나스였다.

나는 도나스를 한입 베어 물었다.

따뜻했다.

그 따뜻함이 이상하게도 조금 전 손을 잡았던 선의 체온처럼 느껴졌다.

시장 사람들 사이에서 불쑥 나타났던 손.

나를 잡아끌던 그 손의 온기가 도나스의 따뜻함 속에 다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시장에서 산 것은 많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따로 있었다.

선의 손이었다.

2026.10.08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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