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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22

같은 방향으로

21화 대표
21화 대표

동아리에는 여러 대학에 다니는 동기와 선배들이 있었다.

어느 날 그들 중 몇 명이 자기 학교로 우리를 초대했다.

학교를 구경시켜 주고 저녁도 근사한 곳에서 대접하겠다고 했다.

나와 선은 역에서 만나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학교로 향했다.

나는 가끔 옆에 앉은 선을 흘깃 바라보았다.

선도 오늘의 초대가 기대되는지 들뜬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선이 내 모습을 보며 물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

나는 선을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네가 기분 좋아 보이길래, 나도 그래.”

버스는 한동안 달렸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향했다.

정문까지 가려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야 했다.

처음 가보는 학교였다.

캠퍼스의 모습은 내가 다니던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건물도 있었고 학생들이 오가는 길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학교에 간다는 것은 마치 남의 집에 가는 것처럼 낯설었다.

우리는 동기와 선배들을 따라 학교 곳곳을 둘러보았다.

시간이 지나 저녁때가 되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멋진 곳으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나와 선은 그곳이 어디인지 궁금했다.

그들이 데려간 곳은 학교 근처의 고기 뷔페였다.

당시 우리에게 고기 뷔페는 좋은 선택이었다.

수중에 돈이 넉넉하지 않았던 대학생들이 싼 가격에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생고기는 없었다.

불고기, 양념갈비, LA갈비 등이 있었다.

고기의 질은 일반 식당과 비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따지지 않았다.

고기를 가져다 먹고 또 가져다 먹었다.

한 번 먹고 다시 가져오고, 또 가져왔다.

나를 비롯한 남학생들은 고기를 먹기에 정신이 없었다.

반면 선을 비롯한 여학생들은 많이 먹지 못했다.

체면 때문인지, 몸매를 관리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배가 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우리는 돈이 아깝다며 더 먹으라고 했다.

“좀 더 먹어.”

“이렇게 많이 남기면 아깝잖아.”

여학생들은 웃으며 사양했지만, 우리는 계속 고기를 가져다 먹었다.

결국 배가 부를 때까지 먹었다.

식당을 나서니 해가 지고 어둠이 깔려 있었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우리 학교와 달리 이 학교는 번화가 가까이에 있었다.

거리의 가로등과 가게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가을밤의 불빛은 마치 반딧불처럼 반짝였다.

나와 선은 그 불빛이 이어진 거리 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다시 버스를 탔다.

낮에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밤의 풍경이 차창 밖으로 흘러갔다.

한참을 달리던 버스 안에서 선은 피곤했는지 살짝 내 어깨에 기대었다.

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어깨를 움직일 수도 없었다.

괜히 움직였다가 선이 깰까 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선의 무게가 느껴지는 동안 나는 창밖만 바라보았다.

이 버스가 목적지 없이 계속 달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과 나란히 앉아 있는 이 시간이 조금 더 오래 이어졌으면 했다.

속절없이 버스는 역에 도착했고, 우리는 내렸다.

선은 걸어서 집으로 향했고, 나는 다시 전철을 타고 학교로 향했다.

이제 우리의 걸음의 방향이 달라졌다.

언젠가는 같은 방향으로 걸으리라.

2026.10.07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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