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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사이로 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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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나는 스무 살이었다

그해, 나는 스무 살이었다의 삽화

1990년.

80년대가 저물고 새로운 10년이 시작되고 있었다.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고, 나도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해 나는 대학에 입학했다.

스무 살, 대학 새내기였다.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처음 마주한 대학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정해진 시간에 등교하고, 정해진 교실에서 수업을 듣던 고등학교와는 달랐다.

강의실도 낯설었고, 캠퍼스를 오가는 사람들도 낯설었다.

수업이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도 내가 알던 학교 풍경과는 달랐다.

그해 봄, 캠퍼스에는 봄바람이 불었다.

겨우내 움츠렸던 가지마다 노란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캠퍼스 곳곳이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나는 그 풍경이 좋았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설렘 때문이었을까.

그때의 나는 앞으로 내게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생활이 마냥 설레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남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내 주변에는 온통 남학생뿐이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와 여자 동기들을 대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여학생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말을 걸어야 할 일이 생기면 괜히 한 번 더 생각했고,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곤 했다.

내가 다닌 곳은 공과대학이었다.

공대라서 여학생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가 전공한 컴퓨터 관련 학과에는 다른 공대 학과에 비해 여자 동기들이 제법 있었다.

나에게는 그조차 새로운 풍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과 체육대회가 열렸다.

여러 종목 가운데 남녀가 한 팀이 되어 뛰는 2인 3각 경기가 있었다.

나도 여자 동기 한 명과 짝을 이루어 경기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출발선에 서고 보니 난감한 일이 생겼다.

서로의 발목을 묶고 뛰려면 한쪽 팔을 상대의 어깨에 올려야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조차 부끄럽고 어색했다.

‘손을 올려야 하는데…….’

머릿속으로는 몇 번이나 생각했지만 손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 아닌 일이었다.

같은 과 동기였고, 체육대회의 한 종목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여자 동기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어색하게 손을 올리고 경기를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웃음이 난다.

그때의 나는 참 서툴렀다.

여자에게 말을 거는 것조차 어려웠던 스무 살이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대학생활에 적응해갔다.

수업이 끝나면 동기들과 어울렸고, 처음에는 이름조차 낯설었던 친구들의 얼굴도 하나둘 익숙해졌다.

여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처음보다는 조금 편해졌다.

여전히 어색한 순간은 있었지만, 처음처럼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밥을 먹고, 함께 웃고 떠들었다.

돌이켜보면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날들이 쌓이면서 나에게도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첫 학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2026.10.05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