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신문 배달
선은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하루는 내게 자기 아르바이트를 도와달라고 했다.
신문 배달이었다.
신문 배달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혼자 다니는 것도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에게 신문 배달이라니.
나는 아침잠이 많았다. 누가 깨워 주지 않으면 점심때까지 자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내가 새벽에 일어나 신문 배달을 해야 한다니.
그래도 선이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선의 집으로 찾아갔다.
혹시라도 일어나지 못할까 봐 자명종을 맞춰 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할까 봐 밤새 잠을 설쳤다.
선은 눈을 비비며 집 밖으로 나왔다.
새벽 네 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각이었다.
우리는 근처 신문 보급소로 향했다. 골목에는 드문드문 켜진 방범등만이 어둠 속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보급소에 도착하자 선은 신문 한 뭉치를 받아 들었다. 우리는 걸어서 신문을 배달해야 했다.
선이 혼자 들기에는 신문 뭉치가 꽤 무거워 보였다. 나는 선이 들고 있던 신문을 모두 받아 들었다.
그때 선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배달할 집들의 위치가 표시된 약도였다.
선은 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받았지만, 아직 배달할 집을 모두 익히지는 못한 상태였다. 나 역시 그 동네에 살지 않았으니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우리는 방범등 아래에서 약도를 들여다보며 배달할 집을 하나씩 찾아다녔다.
더딜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배달을 마쳐야 했다. 늦어도 아침 일곱 시 전에는 끝내야 했다.
하지만 날은 여전히 어두웠고, 집들은 서로 비슷해 보였다. 약도를 들여다봐도 어디가 어딘지 알기 어려웠다.
이 집인가?
아니, 저 집인가?
우리는 한동안 골목을 헤맸다.
“아, 모르겠다. 우리 두 집 다 넣자.”
결국 우리는 양쪽 집 우편함에 모두 신문을 넣었다.
다음은 이층집이었다.
이 집은 신문을 접어 던져 이층 옥상으로 올려야 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두 번째에는 있는 힘껏 던졌다. 신문은 간신히 이층 옥상에 올라갔다.
우리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개 한 마리가 요란스럽게 짖어 댔다.
새벽에 듣는 개 짖는 소리는 유난히 무서웠다.
우리는 얼른 그 집 안으로 신문을 던져 넣고 달렸다.
그사이 날이 조금씩 밝아 오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는 신문을 들고 달리다시피 하며 배달을 이어 갔다.
겨우 시간에 맞춰 마지막 배달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어느새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새벽부터 선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건 좋았다.
하루의 시작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새벽길을 나선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신문 배달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선과 함께하는 시간은 좋았지만, 잠을 포기하는 일까지 쉬운 건 아니었다.
좋아하면 포기해야 할 것도 생기나 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은 내가 선의 신문 배달을 도와준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선도 며칠 더 버티지 못하고 신문 배달을 그만두었다.
어떤 집에서는 신문이 배달되지 않았다며 보급소에 항의했고, 어떤 집에서는 구독하지도 않는 신문이 왔다며 난리를 쳤다. 신문이 훼손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은 보급소 직원에게 야단을 맞았다.
새벽에 일어나는 일도 여전히 힘들었다.
결국 선의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끝이 났다.
2026.10.14 발행